콘서트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막 신나고 재밌지 않나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제 느낌이 딱 그랬습니다. 오늘은 주제가 어렵다고들 하는 철학임에도 재밌게 읽었던 책을 소개합니다.
<철학 콘서트> (황광우_지식하우스)
약간의 책 자랑
한 번도 황광우 님을 뵌 적은 없지만, 정말 재밌는 분이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철학이나 인문학 좀 해봤다 하면 안 들어봤을 리가 없는 고난도의 책들인, <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명>, <국가>, <반야 바라밀다 심경>, <논어>, <성경>, <유토피아>, <국부론>, <자본론> 등 어마 무시한 책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밌게 풀어냅니다. 그렇다고 겉만 화려한 책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성경>, <논어>, <유토피아>등을 해설 없이 본 저로써도 내용의 알참에 감탄이 나옵니다.
책 자랑은 이쯤 하고, 제가 가장 재밌으면서도 놀랐던 일침 부분을 소개합니다.
철학하는 독사이자 완벽한 남자,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동성연애를 했던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소크라테스, 이분은 독사야. 이분과 철학적 대화를 하다 한 방 물리는 날엔 죽는 거지. 자신 있게 전개해나가던 나의 논리가 뒤죽박죽 돼버릴 때, 정신은 혼미하고 횡설수설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때, 이때처럼 비참한 순간이 있을까? 철학적 대화를 할 때 드러나는 이분의 광기에 가까운 정열을 당신들은 보았는가?" (27쪽)
여기까지 읽은 저는 '아, 만 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장을 넘긴 순간 그 생각이 깨졌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 당시 그리스 관습이었던 동성연애를 하면서도 한 번도 젊은이의 몸을 탐한 적이 없고, 순수한 마음만을 사랑했습니다. 게다가 전쟁에 3번이나 참가하면서도 고통을 참아내고, 오히려 전우를 구출했습니다. 그리고 주량도 대단해서, 한참 어린 제자와 술을 마셔도 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어찌나 건강한지 제자들이 따라다니면서 한 번도 신발을 신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소크라테스를 친근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실은 딴판이었던 거예요.
수제자가 '소크라테스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 꼬장꼬장한 할아버지라니요!
난 아무 것도 모른다
수제자까지도 죽이고 싶은 충동에 빠뜨린 건 소크라테스의 원래 성격이 괴팍한 게 아니라, 그의 화법 때문일 거예요.
소크라테스 하면 생각나는 화법은 바로 산파술입니다. '산파가 아이를 낳는 것을 도와주듯이, 상대가 진실을 알아내게끔 도와주는 화법'이라 하여 그렇습니다. 진실은 고통스러운 법.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제자나 친구, 나중에 그를 죽인 재판관들을 화나게 했던 거예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보려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어보면 좋습니다. 상대방이 던지는 질문을 무력화시키는 질문을 던져, 상대방이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게끔 만들어 버립니다. 어쨌든 소크라테스는 그의 철학과, 산파술로 인해 죽고 맙니다. 제가 '아...'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소크라테스의 반론을 옮깁니다.
아테네인이여,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복종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에게 복종합니다. 나는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진리를 사랑할 것이며, 여러분에게 충언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보시오. 그대들은 위대하고 지혜롭고 씩씩한 나라 아테네의 시민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정신 상태는 어떻습니까? 장사꾼처럼 온통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있지 않습니까? 참된 명예에 대해서, 진리에 대해서, 그리고 고매한 영혼에 대해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은 덩치가 크고 혈통이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덩치만 크고 굼뜬 말입니다. 이런 말에게는 착 달라붙어 괴롭히는 등에가 필요합니다. 나, 소크라테스는 여러분의 등에인 것입니다. (38쪽)
다시 되뇌입니다. 진실은 고통스럽습니다. 약은 씁니다.
소크라테스를 두고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나에게 소크라스테스와 한 끼 식사 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 식사와 바꾸겠다”
아직까지 전 소크라테스와 밥 한 끼 하는 데에 2300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전 재산을 낼 수 있겠냐는 질문엔 당연하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인문학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궁금하시다면
인문학이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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