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에는 무슨 생각이 들까 싶습니다. 아쉽고, 행복하고, 두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철학자 김진영 님이 죽기 전까지 썼던 책을 읽으며 제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_한겨레출판)
1. 어느 날 고갤 들었더니 죽음이 '안녕?' 하더라
정말 어이없게 죽은 사람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술에 취한 차에 의해 죽은 사람, 태어나자마자 죽는 아기, 행복한 가정에서 발견된 어이없는 암 말기 판정.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들의 사명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사람은 이유 없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수십 억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세상에 존재하게 된 데에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습니다. 자연현상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요.
우리가 죽기 싫어하는 것은 두렵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내 존재의 이유를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워합니다. 죽으면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이후를 두려워합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돈과 시간이 많았던 사람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진시황의 진시황릉, 자신의 몸을 영원토록 유지하기 위해 2억 2000만 원을 내고 스스로를 얼린 전 세계 181명의 사람들.
영생에 대한 욕심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룬 사람은 없죠. 차라리 영생의 방법을 찾는 시간에 내 존재의 이유를 남기는 데 썼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반면 김진영 님은 남은 하루하루를 최대한 느낍니다. 그러니까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행복합니다.
2. 아침의 피아노 속 명문장
어떤 화려한 설명보다 본연의 것 그대로를 맛보는 것이 훨씬 큰 깨달음과 울림을 줄 때가 있습니다. <아침의 피아노>가 그렇습니다. 어떤 부연 설명도 하지 않을 테니 천천히 읽어보시면서 김진영 님 특유의 담담한 문장 속, 아름답고 찬란함을 온 마음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베란다에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본다. 또 간절한 마음이 된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46쪽)
마음이 너무 무거운 건 이미 지나가서 무게도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너무 가벼운 것 또한 아직 오지 않아서 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50쪽)
흐른 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 있다. 흘러가는 '동안'의 시간들. 그것이 생의 총량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마음 놓고 떠내려가는 일 -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자유였던가. (51쪽)
더 오래 살아야 하는 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미루었던 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아니라면 애써 이 불가능한 삶과의 투쟁이 무슨 소용인가. (72쪽)
때와 시간은 네가 알 바 아니다. 무엇이 기다리는지, 무엇이 다가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은 열려 있다. 그 열림 앞에서 네가 할 일은 단 하나, 사랑하는 일이다. 125쪽)
3. 죽음을 마주 보며 깨달은 삶의 본질
글의 처음 어이없게 죽은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면, 글의 마지막에서는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는 생각을 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합니다.
김진영 님은 비굴함이라는 단어의 뜻을 넘어설 정도로 낮아지는 사람은 우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우아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감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은 빠르게 불붙었다가 빠르게 식어버립니다. 사랑은 정신이 되어야 합니다. 정신이 될 때 언제나 사랑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김진영 님은 결국 삶의 본질이 사랑이었음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정말 맞습니다. <아침의 피아노>를 읽기 전의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고로 여기는 돈이요? 돈은 삶을 편하게 해주는 것 맞습니다. 그러나 죽을 때는 아무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삶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이태석 신부를 생각해보세요. 이태석 신부는 평생을 내전 중인 수단의 아이들을 돌보는데 바쳤습니다. 그러다 47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이태석 신부의 사랑이라는 정신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사랑의 정신이 2020년에도 남아있다는 것은 허황된 말이 아닙니다. 톤즈 앤 아이를 보세요. 성인이 된 아이들은 아직도 이태석 신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립니다.
결국, 사랑입니다.
생전에 어떤 것을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따라 남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기억하는 모습이 달라집니다.
주위의 모든 것을 '맘에 드네'에서 그치지 말고 '사랑스럽다'라고 느껴보세요.
디지털을 내려놓아야 행복이 보입니다. 디지털보다 재밌는 일상의 행복은 없으니까요. 디지털을 내려놓고 행복을 찾는 법을 소개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겁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인문학이죠. 사람이 가장 사람다울 때를 공부하는 학문, 인문학을 배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사랑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계속 떠올려야 사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의 이유를 찾아줄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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