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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고전 인문학

말로 배운 지식은 왜 산지식이 못 되는가

by 로운 이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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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철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런 분야에도 철학이 깃들어 있구나'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입니다. 인간이 언어를 만들었고, 만드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 즉 철학을 담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언어마다 각 단어의 뜻이 다르나 봅니다. 같은 단어라도 언어마다 뜻이 다릅니다. 심심할 때 찾아보면 참 재밌습니다. 

 

오늘은 말로 배운 지식은 왜 산지식이 못 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말로 배운 지식은 왜 산지식이 못 되는가> (무작정 정계석_어문학사)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파이프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는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합니다. 이 그림이 진짜 '파이프'가 아닌 이유는 글 마지막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어는 무엇인가

언어는 인간이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내가 말한 뜻과 상대방이 이해한 뜻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각자의 '문맥'이 달라 생긴 문제입니다.

항상 똑같은 상황,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착각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흔히 "아 그거 나 알아, TV에서 봤어!"라고 말할 때, '안다'는 것은 그저 단어를 피상적으로 아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름을 아는 것은 사물을 아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명칭을 알면 사물을 아는 것처럼 흔히 착각한다.

 

가령, 천둥 번개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 그건 공중 전기의 작용이다!"라고 답변하면, 사람들은 '공중 전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알아들었다는 듯이 만족스러워한다.  (206쪽)

 

이러한 착각은 언급하려는 대상이 실제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닌 추상명사일 때 더 심각해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심리학의 어떤 작용에 대해 소개한다고 해볼게요.

제가 '이러저러한 것은 바로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럼 청중 분들은 끄덕거리시겠죠. 하지만 여기서 @특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이 말입니다.

 

@가 추상명사인 줄은 알지만 그것을 현실에 대입해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산지식이란 무엇인가

산지식은 경험입니다. 사람은 텔레파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언어는 경험을 그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추상적으로 전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나는 말로써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실물, 실물, 나는 아무리 되풀이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말에만 치중하고 있다. 말이 너무 많은 교육에서 우리는 결국 말만 잘하는 사람을 만들 따름이다." 

 

아동교육의 대가 장 자크 루소의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산지식을 가르치려면 결국 직접 보여주거나,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문자를 통해 터득하는 이는 사물에 부딪히면 그만 눈앞이 캄캄해진다."

 

조선 말기 경허 대선사가 편찬한 불교 선학 지침서의 내용입니다. 

 

말로써 일을 밝힐 수 없고,

말로써는 투기할 수 없고,

말을 그대로 따르는 자는 잃게 되고,

글귀에 매달리는 자는 우매한 자이다. 

 

동산수초 승려의 말입니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리는 말이 아니다'라는 진리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말로 배운 지식은 왜 산지식이 못 되는가

앞서 드렸던 질문의 답과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아마 중간 글을 잘 읽으신 분은 왜 저 그림 속 물체가 파이프가 아닌지에 대한 답을 찾으셨을 것입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저 그림으로 "낱말 즉 기호는 사물이 아니다"는 사실을 말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림을 보고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파이프라면 한번 잡고 담배를 피워 보시죠?'"

 

이렇게 멋지게 기호와 지시체의 문제를 짚어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직접 깨지면서 배운 경험 중 무엇이 더 기억에 남으시나요?

절대적으로 직접 깨지면서 배운 경험이 오래갑니다. 진정한 배움은 자연스레 깨닫는 것입니다.

 

그것을 깨달아도 설명이 불가능한 이유는 그 깨달음이 언어가 되어 전달되는 순간 그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 즉 문맥에 따라 제멋대로 해석해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대로 배우려면 자신이 혼자 깨쳐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방향을 잡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도움은 절대로 자신에게 무언가를 진정으로 깨닫게 할 수 없습니다. 

깨달았다고 느끼게 해 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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