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몽요결, 익숙한 제목이긴 하나 쉽게 손대기 어려운 책입니다. 두께가 얇고, 그중에서도 한자 원문을 빼면 정말 얇은데도 말입니다.
한 번도 안 읽은 채 책꽂이에 '보관' 중이던 격몽요결. 오늘 읽었습니다.
<격몽요결> (이이_을유문화사)
재미없는 책을 위한 재미있는 워밍업
격몽요결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0장에 전부 들어있는 것이 바로 권선징악과 효를 권하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재미없고, 진부한 내용뿐입니다. 전체 내용이 '글을 많이 읽어라', '부모를 잘 섬기라' 같은 내용뿐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재미없고 진부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진리란 세월이 흘러도 절대 바뀌지 않는 원칙이고, 원리이며, 사실입니다.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입에서 입으로 내려왔고, 급기야 부모님의 입을 통해 들으니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사실 격몽요결은 필요없습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그게 격몽요결이 원하는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이이가 갖은 노력을 들여 격몽요결을 쓴 것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부모님 말씀 잘 들어왔고, 양심에 따라 행동해오셨다면 격몽요결을 포함한 수많은 철학서, 인문서를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뜻을 세워라
격몽요결의 첫 번째 장은 '입지'입니다. 뜻을 세우라는 뜻입니다. 올바른 공부를 통해 선을 이루고 효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곧은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뜻'이란 다양한 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의지, 신념, 그릿(불굴의 의지와 끈기를 합친 단어), 인식의 틀, 철학, 가치관,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 사명, 꿈, 희망.
이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맨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 그리해서 자기도 성인이 되리라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일 조금이라도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물러서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이런 뜻을 마음속에 두고 이것을 견고하게 가져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누구나 거의 올바른 사람의 지경에 들어갈 수가 있다. 즉 이 뜻을 가지고 부지런히 공부하면서도 오히려 내가 따라가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혹시라도 뜻이 정성스럽고 착실하지 못한 채 그대로 우물쭈물 세월만 보내고 있으면 자기 몸이 죽을 때까지 또는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20쪽)
뜻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무엇을 하건 차이가 납니다. 아주 크게 말이지요.
다 있으면서 실패한 사람과, 아무것도 없는 데 성공한 사람
다 있는 사람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띄우려고 합니다. 이 사람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스미소니언 협회의 존경받는 고위 관료이기도 합니다. 또 이 사람의 친구 중에는 철강왕이라 불리는 앤드류 카네기와, 전화기를 처음으로 특허받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수두룩했습니다.
'동력 비행기' 전쟁에 이용하려는 미국 육군성으로부터 당시 거의 조 단위에 가까운 돈이었던 5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엔지니어를 모아 드림팀을 만들었고, 하는 일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
여기 위에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한 형제가 있습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정 지원은커녕, 고위직과의 친분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또 시간도 없어서 하루의 대부분은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고치고 저녁이 되어서야 비행기 제작에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성공한 사람
다 있었던 그 사람은 결국 실패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형제가 결국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다 있었던 이 사람의 이름은 새뮤얼 피어 폰 랭리고, 아무것도 없는 형제는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라이트 형제입니다. 당신은 살면서 한 번도 새뮤얼 피어 폰 랭리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없으셨을 겁니다. 지극히 평범한 형제의 이름을 기억할 것입니다.
대체 왜 이런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을까요? 오늘날로 따지면 보잘것없는 경력의 프리랜서 두 명이 나사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거예요.
그 차이는 바로 뜻이 있었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새뮤얼 피어 폰 랭리는 비행기를 굳이 만들어야 할 이유를 몰랐습니다. 그냥 '돈 벌려고' , '관심을 받으려고' 한 것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성공시키자마자 다 관두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역사에 '처음'으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그게 사라져 버리니까 자신도 사라져 버린 거죠. 라이트 형제는 정반대였습니다. 어떻게든 비행기를 성공시켜서, 비행기가 만들어줄 찬란한 미래를 밤마다 상상했고, 친구들, 마을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인류의 첫 비행기를 성공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던 게 아니라 비행기 자체와 미래에 뜻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처럼 뜻이 있고 없고는 인생의 성패를 가릅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은 알지 않을까요? 인생의 뜻이자 사명을 이뤘는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요?
이 상황에서도 뜻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확실하게 나뉩니다.
뜻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이 상황을 반깁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공부에 집중하고, 자신만의 뜻을 더 굳힙니다.
뜻이 없는 사람은 이 상황에 불평만 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매일, 하루 종일 넷플릭스 보고, 먹고, 자고를 반복합니다.
저는 뜻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코로나 시대 뜻이 있는 사람이 되고, 그 뜻을 굳건히 해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으시다면
뜻을 세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철학한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뜻은 다른 사람의 뜻을 보면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인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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