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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현대 인문학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by 로운 이 202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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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디스토피아 소설인 <멋진 신세계>에서 올더스 헉슬리가 독자에게 하고 싶어 하는 말입니다.

 

'인간 사육'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상상조차 힘든 끔찍한 말들입니다.

 

당신이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 사회의 설계도를 가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그곳에 살 사람들의 자질이 그 이상 사회에 어울리지 않아요. 이때 당신은 자질이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이상 사회에 맞게 교육시킬 것인가요, 아니면 이상 사회를 포기할 것인가요?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글 마지막에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책,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소개합니다.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김용규_웅진 지식하우스)

 


멋진 신세계에 가고 싶으신가요?

<멋진 신세계>는 계급 사회입니다. 계급에 맞춰 아이들을 '만들어'냅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제를 알고 태어나니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니까요. 불만도 없습니다. 모든 일이 완벽하게 이루어집니다. 

 

태어날 때 빼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 세계 나름 모두가 공평하고 행복하니 오히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보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자, 당신은 이 신세계에 가고 싶으신가요?

말 그대로 '멋진' 신세계임에도, 우리들 중 이 신세계에 가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거든요. 

그 이유는 이 신세계의 근간이 우생학이기 때문입니다. 

멋진 인간의 필수조건, 우생학

'멋진' 사람이 있다는 말은 '덜 멋진' 사람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덜 멋진' 사람이 있기에, 말 그대로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멋진 신세계> 속 우생학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요?

 

아기들은 체제의 통제 아래 태아 때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다섯 가지 계급으로 나뉘어 위로는 최고지도자에서 아래로는 하수도 청소부까지 맞춤으로 제작됩니다. 그럼으로써 신세계 사람들은 체격, 성격, 지능, 체질 등 모든 자연적 운명이 조작됨은 물론이거니와 직업, 취미, 적성과 같은 사회적 운명까지 인공적으로 미리 정해지는 겁니다.  (264쪽)

 

이렇게 보니 우생학이라는 게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무의식적으로 흰 피부를 선망하고, 몸매가 좋고, 어깨가 넓고, 재능 있고, 뭐든지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우생학의 시초입니다. 그리고 검은 피부를 보고 웃고, 몸매가 좋지 않고, 어깨가 좁다 못해 '멸치' 급이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뭐든지 덜 떨어지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이 글을 쓰며 '외모지상주의'라는 웹툰을 찾아보았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흥미롭게도 잘 생긴 인물은 강하고, 돈 많고, 똑똑하고, 못 생긴 인물은 소심하고, 가난하고, 눈치 없게 표현이 돼있었어요. 이런 점을 비판하는 댓글도 많았고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댓글들입니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는 목적으로 그려진 웹툰마저도 몸매 좋고, 잘생기고, 예쁘고, 강하고, 돈 많은 사람을 좋게 그립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흉하게 그립니다. 어쩌면 그게 풍자일 수도 있겠지만, 아예 외모지상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을 그려 독자들로 하여금 위화감을 갖게 하는 게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누구보고 뭐라 할 처지가 못 됩니다. 저 역시 최대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렇게 보이고 싶으니까요. 뇌과학 관점에서 보면, 우생학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사람의 본성은 항상 '더 나은 것'을 찾으려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차별을 받는 쪽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솟구칩니다.

아마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약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외치면서도, 내가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 경험은 다들 해봤을 거니까요. 

 

이런 생각은 할수록 기분을 더 '더럽게' 만듭니다. 비속어지만 양해해주세요. '더럽다'는 단어 말고는 이 역겹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불행해지더라도 자유를 택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런 사람의 끔찍한 면을 들춰내면서, 그럼에도 자유를 얻어내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존은 신세계의 지도자인 총통 무스타파 몬드에게 "나는 안락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문학도 원해요.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하지요. 나는 죄도 원해요."라고 외치지요. 

총통은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군 그래. 그렇다면 늙고 추하고 생식불능이 되는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성병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없거나 이들이 들끓을 권리, 내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원한다는 말인가?'라고 묻지요. 

 

이때 존은 오랜 침묵 후에 대답합니다. "네. 난 그 모든 권리를 원해요."라고!  (276쪽)

 

아무리 멋진 신세계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자유가 없는 신세계를 멋지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 사육'이라고 보지요. 기준을 정해 놓고, 그 기준을 넘으면 좋은 사람, 못 넘으면 나쁜 사람으로 분류하는 거죠.

 

글 처음에 드린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전자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이미 '인간 사육'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예요.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읽고 <멋진 신세계>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의 기억이 났습니다.

너무나 끔찍함에도 나 역시 이런 인간이라는 게 논리적으로 증명되있어 너무나 토할 듯했던 그 기억이요. 

 

 

철학이란 것은 행복하고 기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스럽고 처절하죠.

하지만 그 고통스러움과 처절함을 이겨낸 자는 한 차원 더 높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토록 어려운 철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할 방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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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가장 위대한 학문임을 증명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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