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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서/말하기와 글쓰기

글쓰기가 뭐라고

by 로운 이 202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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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교는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그러나 글쓰기 마음가짐에 대해 말해주는 책은 드뭅니다. 이때 최적의 책이 <글쓰기가 뭐라고>입니다. 글쓰기의 마음가짐과 함께 글 잘 쓰는 방법의 정석을 가르쳐 준 <글쓰기가 뭐라고>를 소개합니다.

 

<글쓰기가 뭐라고> (강준만_인물과 사상사)


1. 작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작가는 훔친다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가장 먼저, 또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은 '베끼는 능력'입니다. 어째 말이 이상합니다. '작가는 어느 순간 창작의 뮤즈로부터 영감을 내려받아 단박에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글을 미친 듯이 써 내려가는 존재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님은 책 초반에서부터 정면으로 제 생각을 부숴버립니다. 

 

몰랐거나 어설프게 알았을 때가 좋았다. 어떤 주장을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으로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다보면 나 혼자 스스로 했던 생각을 누군가가 엇비슷하게나마 했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나의 게으름을 독창성으로 착각한 셈이다.  (6쪽)

 

강준만 교수님 같은 지성인조차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이쯤되니 '인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똑같은 결과에 도달한다'는 진리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글쓰기의 기본은 잘 베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남정욱 겸임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은 무식한 생각이다. 현재의 소생이 생각하는 글쓰기의 최상은 독창이 아니라 잘 베끼는 것이다. 독창을 추구했더니 독과 창으로 돌아와 욕창이 생기도록 고생한 끝에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다.'

 

잘 베낀다는 것은 100개의 자료에서 1퍼센트씩 빼오는 것입니다. 더 잘 베낀다는 것은 1000개의 자료에서 0.1퍼센트씩 빼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다시 스크롤을 올려 강준만 교수님의 말을 주의 깊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 글쓰기가 고통스럽다고?

어쩌면 이 부분이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잘 베껴서 창조의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만 말하듯이 쓰는 것에 비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려고 모니터에 앉는 순간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솔직히 막막합니다. 아마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하루에 몇 글자를 말하시나요? 셀 수 없을만큼 하실 겁니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한 문장 쓰고 지금까지 몇 글자 썼나 보기 바쁩니다. 이것은 '글은 잘 써야 하고, 잘 쓴 글이 나오려면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쉬워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말을 적은 것이 글이고, 글을 읽은 것이 말이니까요.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저는 모니터에 앉는 순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제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인양 고통을 느낍니다. 노벨 수상자 급의 글을 쓰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이런 제게 와닿는 한 마디.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고통에 속지 마라. 그런 고통의 토로에 속아 넘어가 자신이 글쓰기를 한사코 피하는 이유의 면죄부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글쓰기의 고통은 과욕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자신이 모든 걸 다 만들어내겠다니 그 얼마나 무모한 욕심인가. 윤리적이고 겸허한 편집자의 자세를 가지면 당연히 많이 읽고 생각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창조는 편집이라는 것을 흔쾌히 인정하는 마음이다.  (26쪽)

 

말하듯이 써야 합니다. 마틴 루터 킹 같은 위인이 매일같이 새로운 말을 하나요? 아닙니다. 그들은 어제 했던 70퍼센트의 말을 오늘 또 합니다. 내일 또 할 겁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말과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3. 힘이 있는 글이란

힘이 있는 글은 컨셉이 확실한 글입니다. 글의 컨셉은 주장과 주장의 이유, 주장의 근거입니다. 그렇기에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어제는 이랬다가 오늘은 저러면 신뢰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한 번 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컨셉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글의 컨셉을 유지한다고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매일 똑같은 말만 반복하면 앵무새와 다를 것이 뭐가 있나요.

 

힘이 있는 글은 컨셉은 바뀌지 않되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 즉 문장과 형식이 바뀌는 글입니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책들을 보면 핵심 내용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그것은 그 작가가 똑같은 컨셉을 다른 문장과 다른 형식으로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강준만 교수님이 말하시는 글쓰기의 핵심은 '모방으로 컨셉을 만들고, 그것을 알맞은 자료로 계속 써나가라'입니다. 

 

대강 훑어보면 '표지는 이렇게 산뜻한데 내용은 이렇게 어렵다니 속았다' 싶을 정도로 심오한 글쓰기 책입니다.

 

그러나 한 쪽 씩 생각하면서, 적용하면서 읽으면 어떤 글쓰기 책 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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