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책 값의 10배 정도 값어치를 하는 책을 만납니다. 책을 대강 훑어 보고 난 후 긴장돼서 책을 못 폅니다. 에너지 드링크 다섯 캔을 마셨을 때도 안 떨리던 손이 떨립니다. 좋아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제가 책을 보고 손이 떨려본 경험은 진짜 몇 번 없거든요. 오늘은 저를 오랫만에 손 떨리는 경험을 하게 한 책을 소개합니다.
<실리콘밸리는 무엇을 기획하고 어떻게 개발하는가> (첸한_시목)
이 책은 실리콘밸리 사람이 쓴 책입니다. 그러다보니 실리콘밸리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들의 기획, 개발, 마케팅 그리고 아이디어 생산 방법을 전부 알려줍니다. 이러니 제가 손이 안 떨릴 수 있겠어요?
말로만 실리콘밸리의 노하우가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세세하게 나와있어요. 그러다보니 '진짜를 읽는 힘, 데이터에서 나온다' 같은 차례에서는 수학 공식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자인 첸한은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책의 추천 글을 써준 사람이자, 1000만 회원을 확보한 지식 공유 앱 '더다오'의 창업자인 뤼전위는 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념은 사실 경제학이나 심리학 등 여러 학문에서 온 것이다. 저자는 이 개념들을 IT라는 맥락으로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다.
이 책에서는 인문학자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6쪽)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구글의 첫 번째 무기는 심리학이다'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구글 광고의 작은 그림이나 사이트의 심플함에도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 사례들을 알려줍니다.
첸한은 구글 플라이트(항공권 예매 서비스)를 예로 듭니다.
구글은 방대한 양의 항공권 검색 결과를 크게 '최적의 항공권'과 '기타 항공권' 두 가지 영역으로 명확하게 구분해 보여준다.
사실 이는 '선택의 역설'을 적용한 것이다. 선택의 역설이란, 선택의 기회가 많이 주어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선택 자체를 포기한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선택 기회가 적을수록 결정을 내리는 비율이 높아진다.
'최적의 항공권' 구역에 노출된 3개의 선택지 가운데 마지막 선택지가 의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책에 있는 사진 (항공편 가격, 항공편 시각)과 똑같은 자료를 만들 수 없어서 제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적의 항공편이라 해놓고,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적게는 283달러에서 많게는 565달러까지요.
당연히 소비자들은 565달러짜리 항공편을 예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첸한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 바로 그것이 이 선택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대체 무슨 말일까요?
구글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싶다면 '대비효과'라는 심리학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교 대상이 다르면 그에 따라 평가도 다르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50달러짜리 물건이 비쌀까, 아니면 쌀까?
10달러짜리와 비교하면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100달러짜리와 비교하면 싸게 느껴진다.
사실 더 비싼 선택지를 끼워 놓은 진짜 의도는 그 중 가장 싼 선택지가 얼마나 이득인지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고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세 번째 (그 중에서 가장 비싼)선택지는 절대로 고르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위에 있는 두 개의 항공권 가격이 매우 싸게 느껴진다.
그 결과 고객은 더 빠르게 결정하게 된다. (26쪽)
이 외에도 구글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심리전 트릭을 낱낱히 소개해줍니다.
만약 블로그나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이 10배가 아니라 100배 값어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용서 > 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연결 시대 최고의 비즈니스 (0) | 2020.08.27 |
---|---|
창업가의 생각노트 (0) | 2020.08.14 |
콘텐츠가 전부다 (0) | 2020.07.17 |
아이 엠 미디어, 새로운 성공법칙 (0) | 2020.06.19 |
아날로그의 반격 (0) | 2020.06.10 |
댓글